이영훈 교수의 '주장'에 대한 몇가지 생각


이영훈 교수의 식민지 농촌 인식 비판


모 경제연구소나 이영훈 교수나 개인적으로 깊은 관심을 가지지는 않습니다만

최근의 정치적 행보는 학자적 자세를 넘어서고 있다는, 최소한 이용당하는 측면이 크다고 봅니다.

그러나 그와는 별개로




일단 이영훈 교수의 저 '발언'이라는 것은 신문기사이고 (엉터리 기사가 넘 많죠...)

이영훈 교수가 속한 학파가 평소 주장하던 데서 2가지(토지조사사업의 경우, 그것은

종래 전근대적 토지제도를 근대적 제도로 원시(原始) 창출하는 과정+이 교수는 총독부가

총칼로 쌀을 마구 빼앗아 일본으로 실어 가는 일은 원리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고 하

면서, 쌀이 일본으로 유출된 것은 가격이 3할 정도 높은 시장을 찾아가는 과정, 즉, 수출이었

다고 말한다.)를 종합하면 감이 잡히는 게 - "'근대자본'의 원시적 축적"의 일환으로 토지제도

조사와 '수탈'을 다른 관점에서 볼 수 있다 - 입니다. '제도를 원시 창출'한다는 것은 어떤 면에서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는 말이고 '자본의 원시축적 자체'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경제사학계의

일관된 관심지점이었기 때문에 그런 생각이 듭니다.



개별적으로 보면 아주 틀린 말들은 아닙니다. 한일강제합병 후에 실시된 토지조사사업은 분명

이전의 양전 사업에 비해 근대적인 제도임에는 맞습니다. (여기서, 그리고 이후에 사용되는 근대

라는 용어는 가치중립적인 것으로 그냥 '현대에 가까운'으로 이해하시면 됩니다.) 그럼으로서

근대 토지관리 제도가 실시된 것도 인정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일반 조선인들, 비율상으로 상당수를

차지하는 하층 소작,소규모 자작농 중 일부가 새로운 제도에 어두워 토지를 강탈당한 사례도 있고

여기에(만 집중적으로) 주목하는 학자들도 있고 이것을 (전체 비율상 미미하므로) 무시하는 학자들이

있습니다. 전자의 경우 심하게는 토지조사사업 자체 때문에 자작농이 (대부분) 몰락했다고 하기도 하는데

개인적으로 그 정도는 아닌 것 같습니다. 그보다는 이후 총독부 세력에 의한 농업정책과 조선 지주층

(조선땅을 소유한 지주, 조선인과 일본인을 모두 포함)의 농업집적화(다른 말로는 자작농 땅의 흡수),

그리고 일본 제국주의의 확장과 전반적인 산업화가 복합되어 자작농 몰락이 심화되었다고 보는 편이

맞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일본 제국 지배층의 산미증식계획도 분명 총칼로 약탈분을 늘리는 식으로 진행된 것은 아닙니다.

문제는 그러한 증식계획이 조선경제, 조선인경제, 조선농업주체, 조선지주층, 조선농민들에게 어떤

이익과 부작용을 남겼는지, 증식계획으로 인한 토지이용의 적절성이 어떻게 변형되었는지 하는 부분에

대한 얘기를 중요하게 보는지 입니다. 다만 앞에서도 말했듯이 경제사학계에서는 자본의 축적에 관심을

두는 편이라 이런 영역까지는 미처 다루지 못하는 것은 아닌가라는 예측을 해봅니다.



'전통적인' 한국사학계와 '과감한' 경제사학계의 마찰에는 근대사를 바라보는 기본관심사와 관점이 다르

다는 숨겨진(알만한 사람은 아는;;) 비밀이 있습니다. 이 부분은 길어질 것 같으니 다음으로 미루죠.


by 愚公 | 2006/12/02 20:37 | Research Object | 트랙백 | 덧글(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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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산왕 at 2006/12/02 20:43
ㄴ모 경제연구소 --; 한국에서 민족주의를 뿌리뽑기 위해 민족 해체주의자들에게 자금을 제공한다거나..(라고 적으니 무슨 음모론이 되는군요 --;)
Commented by 제르미날 at 2006/12/02 21:02
현재 학계에서 토지조사사업 부분에 있어서는 수탈론 쪽 입장은 거의 사그러들었다고 알고 있습니다. 1910년대에는 농민층의 광범위한 몰락이 별로 목격되지 않는다는 것이지요. 그렇다고 해서 그 사업을 긍정적으로 가치평가하는건 다른 문제 같습니다. 그 논리에는 '근대화는 언제나 바람직하다'는 전제가 숨어 있으니까요.
Commented by 愚公 at 2006/12/02 21:08
산왕 /쉿;; 그런데 그곳이 그렇게 자금이 풍부했습니까?

제르미날 / '근대화'를 긍정적으로든 부정적으로든 평가하는 것은 어떤 특정 관점에서 특정 국면만을 대상으로 하면
가능하다고 보지만 일반적인 근대화 전체를 그렇게 평가하는 것은 일단 오만한 태도라고 봅니다.
Commented by 을파소 at 2006/12/02 21:11
변변찮은 글에 관심가져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제 블로그의 글을 처음 쓴 건 2년전 다른 카페에서였습니다. 요즘 교과서포럼 보고 옛날 글 생각이 나서 조금 수정(이래봐야 교과서에 대한 언급말돈느 달라진 건 없지만)해서 올린 겁니다. 그 때의 제 생각은 이영훈 교수가 악질친일파라기 보다는 경제논리 중심으로 보다보니 다른 면을 못 보는 게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지금은 솔직히 감정이 좀 들어가긴 했습니다만...역시 자본의 축적에 관심을 두느라 다른 영역을 미처 다루지 못한다는 예측에는 동의합니다.

제도가 아니라 자본의 원시 축적의 의미라면 경제사학자가 그런 주장을 하는 것에 어느정도 이해 갑니다. 덕분에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링크 신고 드립니다.

Commented by 메피스토 at 2006/12/06 20:11
음, 한번쯤 생각해볼만한 글이군요. 그 숨겨진 비밀이 뭔지 경제사에 관심많은 학생으로써..살짝 귀뜸을..(-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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